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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칼럼]

<데스크 칼럼> 김신혜 사건으로 본 경찰의 수사행태

박태환 기자
승인 18-10-07 06:17 | 최종수정 18-10-08 10:14  
 


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입장이지만, 단 하나 선뜻 동조하지 못하는 정책이 있습니다. 검경수사권 조정문제입니다. 언젠간 검찰로 권한이 집중된 폐단은 조정해야겠으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완도경찰은 김신혜씨가 살인을 자백했고, 살해계획서를 발견한 데다, 8개의 보험 가입을 통해 처음에는 범인이라고 확신을 했겠지만, 수사를 해나가면서 살인사건이 아니라 단순 뺑소니사고라는 걸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완도경찰은 수면제 양주병 등의 주요 증거들을 조작해가며, 끝내 김신혜씨를 살인범으로 몰아가 인생을 파멸시키고 말았습니다. 예컨대 경찰은 "김신혜가 수면제인 독실아민 30알을 양주병에 타서 아버지에게 먹여 독살을 했다"고 했지만, 독실아민은 밀가루와 비슷한 특성이 있어 30알을 통째로 술과 혼합하면 떡처럼 뭉쳐져 복용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완도경찰은 대체 왜 그랬을까요? 바로 인사고과점수 때문입니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면 점수가 올라가고 진급이 빨라집니다  

제가 사회부기자로서 직접 경험했던 경찰의 부정한 수사행태를 세 가지만 나열해보겠습니다. 10년도 더 지난 오래 전의 일이고, 조금치의 과장도 행할 의도가 없으니 해당 경찰서를 그대로 공개를 하겠습니다.... 무슨 겁이 나서가 아니라, 현재 근무하는 해당경찰서 직원들의 명예를 위해 구체적인 지역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00광역시 중부경찰서를 출입할 때 이야기입니다.

어느날 경찰서를 갔더니 형사과 출입문 앞을 수십 명의 의경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형사들이 수십 명의 양아치들을 붙잡아놓고 저마다 취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관내 모 지역에서 활개치는 조폭들을 일망타진 했다는 겁니다.  

건데 조폭치고는 다들 모습이 어리고 어리버리해 보였습니다. 저는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두목의 면회를 신청했습니다. 형사계장이 아주 흥분한 어조로 수사중인 사건이라 기자는 면회가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럼 고향선배로 면회신청을 하겠다고 날을 세웠더니, 주변 누군가가 서장실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마 군간부 출신의 대범한 서장께서 면회를 시켜주라고 한 것 같습니다.  

의경 한 명 입회하에 저는 두목(?)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조폭이오?” 그냥 00지역에서 제일 싸움 잘하는 건달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조폭으로 검거된 수십명중 얼굴을 아는 친구는 반에 반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직접 00으로 차를 몰고가서 이들이 범행을 모의했다는 아지트를 찾으니 그런 술집도 없었습니다.  

경찰이 선거철을 맞아 동네 양아치들을 대거 끌어모아 조폭으로 몰아갔다고 기사를 썼습니다. 참고로 선거철에 조폭들을 검거하면 고과점수가 상당히 올라갑니다. 다음날 새벽 아무도 없는 형사과로 몰래 들어가서 형사계장실 탁자 밑에서 구속영장 발부철을 살펴보았습니다. 두목과 부두목만 기소됐고, 나머지는 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태였습니다. 두목과 부두목도 범죄단체구성이 아닌 갈취 등의 혐의였습니다그걸 또 보도를 했고, 중부서 형사계장은 최고 한직인 동부서 조사계장으로 전출이 되었습니다. 이후 중부서 형사과는 퇴근시 모든 서류를 서랍 안에 넣고 자물쇠를 채워버렸습니다.  

어느날 동부서 현관에서 우연히 형사계장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아는 척을 하려고 하자 그는 고개를 외면한채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를 따라 조사계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형사인원이 100명 가까이 되는 형사계장을 하다가 직원이 서넛뿐인 조그만 사무실이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자 그는 말없이 음료수를 하나 꺼내 내 앞에 툭 놓았습니다. 그러곤 고개를 돌리고 벽만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음료수를 천천히 다 마시고 일어났습니다. 그가 한 마디도 않기에 저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후 얼마 뒤 또 중부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위 사건이후 왠일인지 중부서는 형사계장 자리가 사라졌습니다. 형사반장 그 위는 바로 형사과장이 된거죠. 어느날 저녁 형사2반 반장이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형사2반은 주로 살인 등 강력범을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박 기자님! 살인범 붙잡았습니다! 방송기자들한테도 연락 안하고 박 기자님한테 제일 먼저 연락드립니다!”  

당시 전 퇴근을 해서 지인들이랑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는데, 정말 일어나기 싫었습니다. 신문은 어차피 내일 나오고, 방송국 기자들에게 알려 마감뉴스에 내보내면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살인범을 붙잡았다는 데 안 가볼 수도 없고, 내가 너무 군기를 잡아놨구나...“탄식하며 수사본부로 차려진 00파출소로 향했습니다. 파출소 앞에서 의경들이 지키고 있다가 저를 막았습니다. 그러자 반장이 언제 봤는지 의경 뺨을 갈기고 저의 손목을 잡아끌며 파출소 안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파출소 바닥에는 검은 비닐봉지 위에 유아 시신이 놓여져있었고, 반장이 직접 50대부부를 다그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반장이 그리 말을 잘하는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대충 지켜보다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사건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부부의 여대생 딸이 방학때 대형마트에서 알바를 하다가 창고에서 과장이란 놈에게 강간을 당해 아파트 자기방에서 혼자 아이를 낳아 비닐봉지에 담아 창밖 화단으로 던져버렸는데, 축구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발견해 경비원에게 알렸고, 경비원이 경찰에 신고를 해서 형사들이 여대생 부모를 불러 딸의 행방을 추궁하고 있었던 겁니다.  

다음날 형사과를 들어가니 고모집에 숨어있다 붙잡혀온 여대생이 포승줄에 묶인채 넋이 나간 모습으로 앉아있었고, 기자들이 주변에서 후레쉬를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장은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증거품이라며 피뭍은 커텐을 펼쳐 기자들에게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여대생이 아이를 낳다 피가 쏟아지자 창문 커텐를 사용한 모양입니다. 전 멀찌감치 지켜보며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자들이 다 가고 난 여대생에게 다가갔습니다. 뭐라고 말을 걸었지만 미동도 않은채 여전히 넋이 나간 모습으로 말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기사에 이렇게 썼습니다. “경찰이 여대생이 혼자 아이를 낳다 사망하자 비닐봉지에 담아 버렸는데, 공명심에 눈이 멀어 시신감식도 하지 않고 살인범으로 몰아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다.” 저는 파출소에서 말린 문어머리처럼 길게 늘어진 유아시신을 보았던 겁니다. 그걸 나한테 보였던 게 반장의 실수죠. 여대생은 석방 되었고, 2반 반장은 20년이상 중부서 형사로만 줄곳 근무했는데상황실로 발령이 나고 말았습니다.

며칠 후 2반 반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박 기자님. 평소 제가 박 기자님을 어떻게 대해 드렸는데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저도 차분하게 대답했습니다. “반장님은 경찰로서 할 일이 있고, 저는 기자로서 할 일이 있습니다.”  

끝으로 00지방경찰청에 출입할 때입니다.

경찰청에 가니 수십 명의 중년남녀가 쇠고랑에 묶인채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쪼그리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때가 다단계사범 집중검거기간이었는데, 경찰청 수사과에서 한 건 올린 겁니다. 당시 경찰청 수사계장은 막 진급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살인범도 아닌데 다단계사범에게 노예처럼 발목에 쇠고랑을 채운 게 못마땅했습니다.  

기자들이 다 가고, 한 중년남성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수사계장이 질문이 있으면 자기에게 하라고 막는 겁니다. 저는 계장을 노려보며 저리 비키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중년남성에게 다단계범이 맞느냐고 물어보자 고개를 저으며 자기도 피해자라는 겁니다.  

그들의 다단계 사무실로 가봤더니 문이 잠겨져 있었습니다. 경비실에 물으니 1년전에 문 닫은 사무실이라는 겁니다. 저는기사에다 이렇게 썼습니다. “경찰이 다단계사범 집중검거기간임을 기회로 회장 사장 등 간부진은 이미 캄보디아로 도피하고 없는데 중간책 피해자들을 끌어모아 다단계사범으로 몰아가 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당시 경찰청 공보실에서 신문사로 수십통의 항의 팩스를 보내온 게 기억이 납니다. 한겨레신문부터 조선일보까지 경찰의 노고를 치하하는 내용의 신문기사였습니다. 수사계장은 그후로 모습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의 의도대로 진급을 못한 건 분명한데, 전출을 갔는지 옷을 벗었는지 확인을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기억나는 사건이 여럿 있습니다. 00남부서 조폭담당 형사들이 조폭들이 주주인 나이트클럽 개업식날 찾아가 접대를 받은 걸 폭로한 거라든가...당시 남부서 형사과장이 경찰대출신으로 저랑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는데,  경찰청 등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확인전화에 땀을 뻘뻘흘리며 "사실이 아닙니다! 네 사실이 아닙니다!"며 극구부인하다가 저 앞에 음료수 하나를 탁 내려놓으며 째려보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는 "사실이 아니긴 뭐가 사실이 아냐.." 중얼거리며 음료수를 따서 마셨죠.

매일 새벽 어김없이 경찰서를 돌며 혹시 억울한 사람이 잡혀있지 않나, 형사관리반의 서류를 들추며 사건처리기록부를 살폈습니다. 당시 저는 형사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2000년 3월 당시 완도경찰서 출입기자 중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새끼'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참고로 요새 경찰이 온국민을 잠정적 용의자로 보고 공공연히 대로(大路)를 가로막고 음주운전을 단속중인데, 예방을 넘어선 과잉적 행태로 보아 시민 생명보호를 겉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인사고과점수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예컨대 경찰청은 지방청끼리 경쟁시키고, 지방청은 괄할서끼리 경쟁시켜서 분기별 혹은 연말에 시상을 하는 방식 말입니다. 아마 틀림 없을 겁니다. 많은 경찰관들이 파출소 등지에서 묵묵히 시민 안전을 위해 애쓰지만, 저들은 매일 밤마다 시민 불편을 야기하며 저렇듯 광적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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